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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추가협상 독소조항 ‘손못대고’ 성과 ‘부풀리고’ 부칙 ‘덕지덕지’

독소조항 ‘손못대고’ 성과 ‘부풀리고’ 부칙 ‘덕지덕지’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6.23 01:07

한·미 양측은 1주일간 7차례에 걸친 쇠고기 추가협의를 거쳐 합의사항을 도출했지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시키기에는 턱없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정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1일 미 농무부의 품질시스템평가(QSA) 프로그램을 통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비롯해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의 4개 부위 수입 차단 △국내 검역 및 미 도축장 현

지 점검시 한국 정부의 검역권한 강화 △수입위생조건 부칙에 합의사항 명시 등을 한·미 추가협의 결과물

로 제시했다. 정부는 “벼랑끝 협상을 통한 최선의 결과”라는 입장이지만 추가협의 결과는 국민 건강과 검역

주권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협상 없이 ‘생색내기용’에 불과한 한·미간 합의사항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 국민들을 현혹시키려 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 편집자주 >






길위에 새긴 민심 ‘48시간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장맛비를 맞으며 밤샘 시위를 벌인 시민과 네티즌들이 22일 아침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는 대국민 사기극’ 구호를 외치며 서울 태평로 일대를 걷고 있다. <정지윤기자>


ㆍ구속력 없어 ‘위반’ 더 많을 것

1. 품질시스템 평가'(QSA)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한국 수출용 30개월 미만 쇠고

기 품질시스템 평가'(QSA·Quality System Assessment) 프로그램은 미국 육류 수출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 예컨대 QSA에 참여하지 않는 미국 육류수출업

체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하겠다고 미 정부에 수출검역을 신청하면 미국 정부

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우리 정부는 QSA 프로그램의 인증 없는 미국산 쇠고기는 전량

반송조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부조차 “행정소송이 제기되면 법정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밝

힐 만큼 법적으로도 불완전한 조치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단지

수출위생 증명서에 QSA 프로그램 인증 문구 하나만 써넣으면 수출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30개월 미만 살코기만 수출’을 보증하던 수출증명(EV) 시스템에서도

이미 수백여 차례에 걸친 위반사례가 나왔는데 민간 수출업체의 자율규제 성격이 강한 QSA 프

로그램을 적용하면 위반사례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ㆍ수입 가능성 전무 ‘생색내기’

2. 금지 부위 4개 추가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라도 뇌·눈·척수(등뼈 속의 신경다발)·머리뼈 등 4개 부위를 광우병특정위험물

질(SRM)과 무관하게 수입을 차단키로 했다는 정부 발표는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

정부 스스로 “4개 부위는 지금까지 수입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수입될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밝힐 정도

다. 이 때문에 정부가 그동안 수출입 실적이 없는 4개 부위에 대해 수입금지조치를 취한 것을 놓고 미국과

의 추가협의 성과물로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등뼈가 들어간 티본 스테이크나 포터하우스(스테이크 중앙에 T자 모양의 뼈가 든 티본 스테이크의

한 종류)는 교역 금지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고, 우리 국민이 즐겨먹는 곱창·막창·대창 등 내장도 SRM인 회

장원위부(소장 끝부분)만 제거되면 수출입이 가능하다.

광우병 전문가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곱창·막창 등 내장은 반드시 수입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추가협의에서도 곱창 등 내장의 수입을 막지 못해 미국 축산업자들은 자국 내에서 버려지는

내장 등을 우리나라에 수출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정해관 성균관대 교수는 “광우병 위험이

큰 내장 등 쇠고기 부산물을 수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ㆍ작업장 취소권 여전히 美에

3. 검역주권 강화?

정부는 한·미 쇠고기 추가협의를 통해 검역과정에서 2회 이상 식품안전 위해 요인을 발견할 경우 우리 측의
권한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해당 작업장의 작업중단을 미국 측에 요구할 수 있고, 우리 측 요구가 있는 대로 미국은 수출작업중단 조치

를 즉각 시행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도축장 현지 점검 권한도 일부 강화돼 기존 합의문에는 ‘육류 작업장

중 대표성있는 표본에 대해 현지 점검을 할 수 있다’로 돼 있었으나 이번 추가협의를 통해 ‘현지 점검시 한

국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작업장을 특정해 점검이 가능하다’로 변경됐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번 추가협의에서도 검역주권을 침해받은 조항을 바로잡지 못했다. 1995년 세계무역

기구
(WTO) 협정 이후 우리나라는 모든 나라의 육류작업장에 대해 승인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 4월18

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 육류작업장 승인권을 처음으로 포기했다. 수출용 쇠고기 작업장의

승인권과 취소권도 미국 정부가 갖게 됐다.

미국 내 600곳이 넘는 수출작업장이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할 권리를 갖게 됐지만 이들 도축장에서 수입

위생조건 위반 행위를 해도 우리 정부가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ㆍ본문과 충돌 … 法명확성 위배

4. 합의문 부칙에 명시

정부는 한·미 쇠고기 추가 협의에서 합의된 내용을 수입위생조건 부칙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입

위생조건 본문의 독소조항을 고치거나 삭제하는 것이 간단하고 명확한 방법이지만 정부는 이를 끝내 외면

했다. 추가협의를 통해 계속 부칙에 단서조항을 달아 수입위생조건을 누더기로 만들어버린 꼴이 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번 추가협의 결과를 수입위생조건 부칙 2항에 삽입할 방침이다. 결국 부칙 2항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연령 제한을 철폐한다는 내용을 밝혀 놓고는 이번에 다시 새로운 부칙 조항을 통해 미국 정

부가 보증하는 ‘한국 수출용 30개월 미만 증명 프로그램(LT30 QSA for Korea)’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또

수입금지되는 뇌·눈·척수·머리뼈 등 4개 부위도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경우에는 수입위생조건 본문에 광우

병 특정위험물질(SRM)에서 제외돼 있다. 이들 부위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는 뜻이다.

그러나 부칙 조항에 의해 뇌·눈·척수·머리뼈 등이 수입되면 전량 반송조치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통

상 전문가들은 “협정문 본문과 부칙이 상호 충돌하는 내용이 담기게 되면 ‘법률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

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 오관철기자 >

-QSA 프로그램과 EV 프로그램-

정부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국내 수입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미국 농무부의 품질시스템평가

(QSA) 프로그램은 기존 수출증명(EV·Export Verification)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있다. 미국 수출업체가 자

체적인 ‘한국 QSA’를 수립하고, 이를 미 농무부의 승인을 받아 운영하게 된다.

반면 EV 프로그램은 수출되는 농산물(쇠고기)에 대한 조건이 미국 내 소비용과 다를 경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정부간 합의에 따라 운영된다.

결국 QSA 프로그램은 우리 정부가 간여할 권한이 없고, 미국 업체들이 이 프로그램에 가입하지 않아도 제

재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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